여성 시인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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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여성 시인> 카테고리의 인기 기사

페미의 시 읽기 1. 실비아 플라스, <아빠>

[웹진 쪽] 희음

페미니즘 웹진 <쪽>의 콘텐츠, 이제 <핀치>에서도 편히 즐기실 수 있습니다.  <페미의 시 읽기>의 대문을 처음 열어줄 작품은 실비아 플라스의 시 <아빠>예요. 사실 '실비아 플라스' 라는 이름은 우리에게 그 치열한 시 쓰기를 떠올리게 하기보다는 시인의 마지막 죽음의 순간을 상상하게 합니다. 플라스는 두 아이가 다음 날 먹을 아침을 넉넉하게 챙겨놓고, 아이들 방으로 가스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접착테이프로 문틈을 꼼꼼히 봉한 뒤, 오븐에서 새어나오는 가스에 의해 천천히 질식되어 죽어갔다고 해요. 플라스의 자살과 관련된 대표적인 두 인물을 들자면 그녀의 아버지와 남편(테드 휴즈)을 꼽을 수 있을 거예요. 바통을 이어받듯 그들이 직간접적으로 행해왔던 여성억압은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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페미의 시 읽기 5. 최승자, <구토>

[웹진 쪽] 희음

페미니즘 웹진 <쪽>의 콘텐츠, 이제 <핀치>에서도 편히 즐기실 수 있습니다.    이 시는 1999년에 나온 시집 『연인들』에 수록된 시입니다. 시집이 절판된 지 오래여서 여기에 묶인 시들이 그리 활발히 회자되지는 않았어요. 이 시 역시 낯설게 느껴질 테고요. 시집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그 시집에 실린 시 중 과반이 연애에 관한 것이지만, 연애관계뿐 아니라 인간관계에 대한 덧없음과 회의와 한숨이 주를 이룬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. 그렇지만 그것이 전부인 건 아니에요. 맥없는 한숨 속의 곳곳에 뼈를 숨겨놓는 것이 최승자 시인의 특기이기도 한데, 이 시집에 실린 시들 역시 마찬가지죠. 특히 이 시 「구토」의 뼈는 꽤나 단단하고 뾰족한 듯 느껴져요. 어조 자체도 강하고요. “죽여 버”려야 한다는 말이 네 번이나 나올 정도로요. 첫 연에서는 이 세계 전반의 부조리에 대한 환멸 때문에 신을 죽여 버려야겠다는 다짐을 하고, 두 번째 연에서는 ‘창세기’로 대표되는 인간의 역사에서 결박되고 고통받는 여성 서사에 대한 분노 때문에 작자를 죽이겠다 다짐하죠. 일러스트 이민 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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페미의 시 읽기 4. 최승자, <악순환>

[웹진 쪽] 희음

오늘은 최승자 시인이 쓴 짧은 시 한 편을 소개합니다. 짧기도 하지만 쉽게 읽히기도 해요. ‘독 안에 든 쥐’는 흔하게 우리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비유니까요. 그 비유는 가볍다 못해 우스꽝스럽기까지 합니다. 이 비유를 들어 상대를 놀리며 깔깔 웃었던 시절이 누구나에게 한 번쯤은 있었을 테죠. 하지만 이 시에서 ‘독 안에 든 쥐’는 그야말로 절박합니다. 시적 화자는 세계를 ‘독’에 비유합니다. 둥글고 딱딱하고 깊은 항아리 말이죠. 이 세계가 '독'일 때 세계의 바깥은 없습니다. 지금-여기에서의 구원이란 없다는 말과 다르지 않죠. 세계 바깥을 상상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고요. 그런데 그런 세계는 '화자의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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페미의 시 읽기 2. 실비아 플라스, <은유>

[웹진 쪽] 희음

페미니즘 웹진 <쪽>의 콘텐츠, 이제 <핀치>에서도 편히 즐기실 수 있습니다.        다시, 실비아 플라스예요. 번역 시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시인의 작품들은 시적 구성과 비유, 사유의 흐름이 워낙 단단해서 여러 번 들여다봐도 매료되지 않을 수 없죠. 여성 억압에 대해 본격적으로 말하기 시작한, 후기 시의 경우가 특히 그렇고요. 이번에 소개할 시는 <은유>라는 짧은 작품이에요.  첫 행부터 살펴볼게요. ‘나’를 아홉 음절로 된 수수께끼라 이야기하는군요. 여기의 '아홉 음절'에 해당하는 원문의 표현은 nine syllables로서, 번역 자체에는 문제가 없어요. 하지만 이 시에서의 ‘음절’은 음절의 원 뜻으로 파악하기보단 수수께끼 속의 수수께끼로 봐야 할 듯 싶어요. 살짝 비틀어 놓은 힌트인 셈이죠. 짐작하기로 그것은 아홉 ‘글자letter’로 되어 있는 낱말 같아요. 아홉 음절로 이루어진 하나의 단어를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데다, 아래의 은유들을 볼 때 그 수수께끼의 정답은 p.r.e.g.n.a.n.c.y.임에 분명하기 때문이죠. 즉 이 시의 시적 화자가 pregnancy, 임신중이란 이야기죠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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